술을 참으로 좋아한다. 2차,3차.... 이런 것은 매우 싫어하고. 그냥 음식 먹는 자리에 곁들인 술이 좋다. 어느 순간부터인지 오로지 막걸리만 찾게 되었다. 삼겹살 구울때도, 생선회 먹을때도..
막걸리....
시큼하고, 탁 쏘고, 술기 빨리 오르고,게다가 싸고....참 좋은 술이다.
어디 여행을 가게되면 꼭 그 동네 막걸리는 마시고 와야 된다. 이런맛 저런맛 다양한 맛의 비결이 궁금해서 인터넷 뒤지는게 취미였는데.. 우연히 한말 정도 크기의 장독대를 "당근마켓"에서 구했고... 드디어 직접 담그기로 작정을 하였다. 평소 술친구 이00 와 같이 담그어 보았다.
!!!주의!!!
다음부터는 완전초보의 좌충우돌 얘기기에... 그대로 따라하지 않는것이 현명하다 !!
기본 준비물: 누룩 1Kg, 맵쌀 2Kg, 생수 2L, 또 생수 2L(나중에 거를때 씀)
초보치고는 욕심많게 고급누룩을 주문. 한봉지는 아껴두고 한봉지만 쓸 예정
0번째날 자기전: 맵쌀 2Kg을 여러번 깨끗이 씻음. 마음가짐은 정성스럽게. 맛있는 술을 생각하며. 씻은 쌀을 물에 불려 놓고 이불 속으로..
1번째날 오전 : 불려둔 쌀을 건져 물기를 뺌 (1시간 정도). 그리고 찜솥에 서 쪄냄. 쪄낸 밥을 선풍기를 틀어서 말림.
1번째날 오후 :
술독을 소독함. (가스레인지에 술독을 꺼꾸로 놓고 잠깐 불을 켬).
누룩, 고두밥, 몰을 조금씩 술단지에 투하하며 뒤섞어줌
마치고 뚜껑은 살짝만 덥어 둠.
참고사항: 보통 알콜 발효는 포도당->알콜 과정 인데.. 곡주의 경우 녹말->포도당->알콜 의 과정으로 처음에 한 단계를 더 거치게 됨. 그래서 뚜껑을 완전히 밀봉 안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음.
2-3일째:
하루 한번씩 뒤섞어줌..
마지막 날 뒤섞고는 밀봉
4일째:
살짝 뚜껑을 열어 봄.
펑 펑 펑 !!! 버블쇼가 진행 중.. 향기로운 냄새와 함께
5일째:
살짝 뚜껑을 열어 봄.
펑 펑 펑 !!! 버블 폭죽쇼가 진행 중..
7일째:
언제 걸러야 할지 판단이 필요함. 열어 봄
아직 톡톡거리고 있고..술맛은 나고. 약간 신맛도 나고.. 초보라서 판단이 잘 안됨. 일단 하루더 기다리기로 함
8일째 (술거르는 날)
뚜껑을 열어봄. 버블쇼는 그친듯 함. 술맛을 봄. 신맛이 좀 있음. 과감하게 걸러 내기로 함
와 드디어 술을 맛보는가 하는 찰나.. 아뿔싸 자루에서 술이 안빠져 나옴.. 그래도 첫 작품인데.. 여기서 포기할순 없지.. 힘주어 다시 짜내기 시작.. 아아.. 힘들다.. 여기까지만.. 겨우 생수통 1병 만큼 만 획득. 그렇지만 원액이닷 !!@(나중에 이것이 대박이 날 줄이야..)
이후 삼베자루로도 해봄.. 똑 같이 힘듬.. 그래서 그냥 체로 거르기로 함.. 희석용 생수 2L를 조금씩 부어주며 굵은 체로 1차거르고 미세체로 2차걸러냄..
시음용으로 종이컵에 따라 한두잔 해봄.. 묵직한 맛이남.. 취기가 급작스레 올라옴..알코올 도수 상당히 높은 듯 함..
최종적으로
원액: 작은 생수병 1개
희석액: 2L 생수병 3개 획득
이후 냉장고 직행..
냉장보관 3일째:
살짝 원액을 맛보는데..
야!! 이 맛에 직접 담궈 먹는구나..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맛과 향!! 비교할 대상이 없음!!
그리고 희석한것도 ..
아뿔싸.. 페트병이 한 껏 부풀어 있다. 침전도 없고.. 발효가 계속 진행 중임이 확실한듯.. 뚜껑을 여는순간 뻥!! 하고 날아가 버린다.. 그래도 술맛은 제법 있다.. 시큼 걸쭉하니.. 저녁에 지인들과 야구시청하면서 비워야 겠다.
후기:
1. 공돌이 답게 발효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. 여기가 어느 정도 요약을 잘 해놓은듯..
무산소 호흡의 결과는 발효와 부패 – Sciencetimes
그래도 계속 공부해야 겠다.
2. 술이 참 어렵다는걸 배운다.. 누룩의 양. 특히 거르는 시기와 방법이 중요함... 어쩔수 없다.. 실패를 통해서 터득해 나가는 수 밖에.. 다음에는 찹쌀을 좀 섞어 볼까? 누룩의 양도 좀 줄여 볼까? 거름망은 무엇으로 준비하지?